일제시대로 배경 바꾼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입력 2024-04-16 18:57   수정 2024-04-17 01:31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연습실. 2021년 BBC 카디프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리톤 김기훈이 무대 중앙에 자리 잡고 특유의 무게감 있는 음색과 직선으로 길게 뻗어나가는 시원시원한 성량으로 귀를 사로잡았다. 김기훈은 이달 말 개막하는 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춘희’에서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비극으로 치닫게 하는 제르몽 역할을 맡았다.

다른 배우들도 오페라의 한 자락을 선보였다. 오페라의 대표 아리아 ‘축배의 노래’에선 비올레타 역의 소프라노 이혜정과 이지현, 알프레도 역의 테너 정호윤과 손지훈이 허공에 잔을 부딪치는 연기까지 취하며 매끄러운 호흡을 드러냈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오는 25일부터 나흘간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춘희’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1800년대 프랑스 파리 사교계에서 시작된 사랑 이야기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원작과는 시대적 배경부터 다르다. ‘라 트라비아타·춘희’는 1910~1930년대 경성에서 기생으로 위장해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는 비올레타가 나라를 구하려는 열망과 알프레도를 사랑하는 마음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라며 “아리아 가사, 선율 등 기존의 음악적 요소는 그대로 살린 채로 이야기 흐름, 의상, 무대 효과에서 동서양의 조화가 돋보이도록 변화를 줬다”고 했다.

지난해 서울시오페라단이 올린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손진책 연출과 함께 호흡한 이래이 씨가 연출을 맡고,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여자경이 지휘봉을 잡는다. 연출가 이래이 씨는 “시대 배경의 변화에도 작품의 개연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각각의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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